서부지중해 크루즈 그리고 손애림 인솔자님 땡큐에요 20년 전, 개인적으로 온 가족이 함께 동부 지중해 크루즈를 경험한 적이 있다.
그때의 기억은 오래도록 좋았다. 바다 위에서 하루가 열리고, 낯선 항구에 내려 새로운 도시를 걷고, 다시 배로 돌아와 저녁을 맞이하던 시간들. 그 여행은 우리 가족에게 오래 남은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이번에는 HD투어존을 통해 서부 지중해 크루즈를 경험해 보기로 했다.
패키지여행이 익숙한 편은 아니어서 처음에는 조금 궁금했다. 정해진 일정에 맞춰 움직이는 것이 답답하지는 않을까. 기항지마다 조금 더 자유롭게 선택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도 없지 않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만족스러웠다.
기항지마다 어떤 여행 옵션을 선택해야 할지 매번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고, 대부분의 일정과 비용이 선지불로 진행되니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여행 중 지갑을 자주 꺼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자유였다. 선택의 피로가 줄어드니, 그만큼 눈앞의 풍경과 사람들에게 더 온전히 머물 수 있었다.
튀니지는 처음이었다.
낯선 땅이 주는 첫인상은 언제나 특별하다. 지중해의 빛, 오래된 도시의 색감, 카르타고의 기억, 그리고 한니발을 떠올리게 하는 역사적 공기는 여행자의 마음을 깊이 흔들었다. 처음 만나는 나라였지만 어딘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세계처럼 느껴졌다. 아름다웠다.
마르세유에서는 프랑스 친구를 만나 더욱 기뻤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익숙한 얼굴은 낯선 도시를 순식간에 따뜻하게 만든다. 먼 곳에서 다시 만난다는 것, 함께 웃고 안부를 나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여행의 한 장면은 오래 기억될 힘을 얻는다.
이번 여행은 장소도 좋았지만, 함께한 사람들이 참 좋았다.
동행한 일행들의 분위기가 편안했고,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있었다. 같은 조였던 모녀도 참 멋있었다. 두 분의 자연스러운 다정함과 품위가 오래 기억에 남는다. 함께 사진 한 장 제대로 남기지 못한 것이 지금 생각하니 조금 아쉽다. 여행이 끝나고 나면 늘 그렇다. 그때는 지나가는 순간인 줄 알았는데, 돌아보면 그것이 오래 남는 인연의 한 장면이었다.
무엇보다 이번 여행에서 인상 깊었던 분은 손애림 님이었다.
센스 있고, 강단 있으며, 순간순간 상황 판단이 빠르고 재치 있었다. 다양한 참석자들을 이끄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각자의 기대와 속도와 성향이 다른 사람들을 한 흐름 안에서 편안하게 움직이게 하는 데에는 전문성과 헌신이 필요하다. 손애림 님은 그 일을 참 잘해냈다. 여행 내내 프로페셔널함이 느껴졌고, 그 뒤에 있는 성실함과 책임감도 보였다.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번 여행을 마치며 아내와 나는 굳이 말로 길게 약속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미 비슷한 결론에 이른 듯하다.
“이제 매년 크루즈를 한 번쯤 선택해도 좋겠다.”
바다는 늘 길을 열어준다.
항구는 낯선 도시로 우리를 데려다주고, 다시 배는 우리를 일상의 자리로 조용히 돌려보낸다. 여행은 끝났지만, 지중해의 빛과 바람, 그리고 함께한 사람들의 얼굴은 아직 마음에 남아 있다.
좋은 여행이었다.
그리고 좋은 사람들이 함께했기에 더 오래 남을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