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에 서부 지중해를 다녀오고, 다음에는 동부지중해도 보러오자 했는데 뭐가 그리 바빴는지 … 20년도 넘어 원하던 동부 지중해를 다녀왔습니다.
가입 시 HD 투어존 여행안내서엔 산토리니, 두브르브니크, 스플리트, 아테네 등 가고싶은 곳이 전부 나와 있어서 망설임 없이 가입했어요.
몇 년의 기다림 끝에 스플리트만 빠진 여행코스가, 그것도 5월에 나왔기에 즉각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여행일은 다가오는데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걸프만이 봉쇄되고, 이러다가는 여행이 위험하거나 갑자기 취소되진 않을지 걱정이 앞섰답니다.
여행 첫 날 밝게 웃는 앳된 모습의 인솔자와 함께 설레는 마음으로 에미레이트 항공기에 올랐습니다. 비행기는 넓고 쾌적했어요. 식사도 좋았고요, 역시 부자나라는 뭐가 달라도 달라요.
첫 날. 베니스는 이번이 몇 번째인데도 여전히 좋았어요, 저는 두칼레 궁전이 제일 좋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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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라벤나는 그저 기항지이거니 했는데 가는 길의 길가에 붉은 양귀비꽃이 늦은 철인데도 하늘거리고 있었고, 강변에 고정된 고기잡이 그물들이 신기했습니다.
단테의 무덤은 더욱 감동스러웠습니다, 너무 심오해서 몇 번을 다시 읽었어도 완독하지 못한 엄청난 분량의 글을 저술하신 분을 마주하고 있는 게 너무 벅찼어요.
소박한 무덤과 곁의 성당들이 어릴 적에 살았던 것처럼 더 가깝게 느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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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날. 두브르브니크는 기대이상으로 아름다웠습니다.
중세 도시국가 베니스와 쌍벽을 이루던 도시답게 성벽은 높고 두꺼웠어요, 그 시절 용맹스럽던 전사들은 흔적만 남기고 이제는 관광도시로 변해 후손들의 생계가 되었네요.
처참한 전쟁을 위해 만들어진 대포는 이제 파란 하늘과 성벽을 배경으로 저마다 기념사진을 찍는 장소가 되었네요, 물론 저도 한 컷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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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날은 종일 항해였어요,
그동안은 발코니 객실을 이용했던 터라 이번엔 절약도 할 겸 윈도우 객실을 선택했었는데, 2층이라 처음엔 실망했었어요, 4층 아래에는 crew숙소와 설비시설만 있는 것으로 알았거든요. 그렇지만 지내면서 둥근 창과 바다 위에 바로 떠있는 느낌은 좋았어요. 다만 고정창이라는 점과 청소되지 않은 유리창이 많이 거슬렸습니다. 여행사에서 미리 안내주었으면 좋았겠어요. 옥상에서 에게해의 강렬한 햇볕과 아름다운 일몰을 눈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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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날. 아테네로 갔습니다. 고대 서구 문화의 중심지를 제가 직접 눈으로 보고 있네요.
먼저 소크라테스의 감옥을 갔습니다. 아무리 후대에 칭송받는 현자라고 해도 당대 사람들의 질투와 시기를 피해갈 수 없었겠지요.
건축서적에서만 보던 아크로폴리스는 아름다웠습니다. 황금비와 entasis를 눈으로 보기 전에 배웠기 때문에 자세히 보면서 느끼려고 했었어요. 그렇게 수학적으로 8:5를 나누어 분석하지 않아도 충분히 조화로웠습니다. 2,500년의 세월이 제 앞에서 신비로움의 빛을 더해갑니다. 한국식당의 상추쌈과 사장님의 넉넉한 인심은 감동이었어요. 다른 한식당의 인색함과 사뭇 달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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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째 날. 드디어 꿈에 그리던 산토리니가 보이는 바다에서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작은 보트를 타고 다섯 쌍의 케이블카를 타면서 내내 가슴은 기대감으로 두근거렸어요.
이아마을과 피라마을의 상징인 파란 돔과 마을의 구부러진 고샅길의 집들은 저마다 흰색의 절제된 모습으로 저를 맞이했어요. 특히 피라마을의 쓰리벨을 찾아가는 한적한 길은 예뻤답니다. 엘리야스 수도원과 전망대, 와이너리, 그 유명한 저녁노을을 시간의 제약으로 볼 수 없는 게 아쉬웠지만 피라마을의 그리스식당에서 산토리니에 오면 꼭 맛보아야 한다는 도미와 문어요리는 그 아쉬움을 덜어 줄만큼 맛있었어요. 유명한 요리를 맛보게 해주신 여행사에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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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째 날. 벌써 돌아가는 코스의 전일 항해입니다.
아쉬운 마음으로 배안의 이곳저곳을 둘러봅니다. 그러고 보니 피겨스케이트 갈라쇼를 빼곤 아무것도 못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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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째 날. 자다르에 왔습니다, 근처에 스플리트가 있는데 택시를 빌려서 그 시간에 다녀올까? 하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면서 구 시가지로 향했는데 예상과 달리 좋았습니다. 바다오르간의 낮고 장중한 울림과 조용한 마을 분위기, 바닥이 다 비치도록 투명한 바다와 그림같이 떠있는 요트들.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처럼 반짝이는 작은 파도의 물결들, 야외학습 나온 아이들의 천진하고 순수한 웃음소리들이 좋았습니다. 산토리니는 아름다웠지만 너무 붐볐어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체리주 한병 사 들고 다시 배에 오릅니다. 히치콕감독이 극찬했다는 석양은 섬 사이로 빠져나오면서 보았습니다. 수평선 근처에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한 일몰은 정말 오랜 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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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째 날 새벽. 다시 라벤나의 아침입니다. 부랴부랴 아침 먹고 짐 싸들고 배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베니스공항으로 갑니다, 버스는 오늘 개최된다는 사이클경기를 피해서인지 바닷가 한적한 지방도로로 갑니다. 저는 투르 드 프랑스 경기 중계 보기를 좋아하는 데 직접 경기를 보는 기대는 금방 접습니다. 버스가 도로가 통제 되는 곳으로는 안 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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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마르코폴로 공항에서 이튿 날 새벽 0시가 조금 넘어 비행기를 탔어요, 두바이를 거쳐 20시간이 넘는 고행의 시간을 무사히 지내고 5월 31일 오후에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함께 여행을 했던 분들과 짐 찾는 곳에서 간단히 각별 인사를 하고 헤어졌습니다.
함께 여행하는 동안 이리저리 바쁘게 뛰어다니면서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미소로 응답하는 인솔자 김수현 팀장을 보면서 고마움과 함께 안쓰러움도 같이 밀려왔어요, 그리고 무엇이든 물어보면 막히지 않고 바로 대답해주는 능력도 대단했습니다.
누구에게나 친절한 부산신사분과 일행들, 멋쟁이 숙녀님들, 제 승선카드를 주워주신 여사님, 아무 말씀 없이 힘들어도 따라 와 주신 노스님, 그리고 열거하지 못한 모든 분들,
다들 고마웠습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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