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기 전, 이번에는 안 해본 것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일종의 나만의 여행 미션이다.
첫째, 하루에 한 번 외국인과 대화하고 사진 찍기.
둘째, 배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적극 참여하기.
셋째, 다른 나라의 문화를 만나고 특히 건축을 눈여겨보기.
넷째, 잘 먹고, 잘 자고, 실컷 즐기기.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션 성공! 그것도 아주 유쾌하게.
배 안에서 만난 사람들은 매일 달랐다.
국적도, 언어도, 생김새도 달랐지만 웃음은 어찌나 쉽게 통하던지.
프로그램에 참여해 내가 직접 만든 책갈피를 선물했더니
스위스에서 온 조막손 꼬마 아가씨가
책갈피 한가득 하트를 그려 주었다.
그 작은 손으로 그려준 하트를 보고 있자니
말이 통하지 않아도 마음은 이렇게 통하는구나 싶었다.
5층에서 노래를 부르던 가수와는
마지막 날 굿바이 악수를 나눴다.
그는 내게 자신의 노래를 잘 들어주어 고맙다고 했다.
나야말로 고마웠다.
덕분에 여행 내내 귀가 호강했으니까.
현지 가이드, 바리스타, 승무원들까지
하루에도 몇 번씩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나는
‘외국인과 대화하기’라는 미션을 아주 자연스럽게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크루즈 여행의 묘미를 빼놓을 수 없다.
화이트 드레스로 맞춰 입고 모인 댄스 파티에서는
나도 젊은 사람들 틈에 끼어 신나게 춤을 췄다.
또 한껏 멋을 내고 크리스털 계단을 걸어 내려오던 순간에는
잠시나마 내가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그래, 나 아직 이런 것도 할 수 있네!’
그 순간만큼은 나이를 잊었다.
육지에 내려서는 가우디의 건축물과 피사의 사탑,
그리고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까지 만났다.
책에서만 보던 건축물을 직접 마주하니
건축은 역시 눈으로 보고, 걸어보고, 그 앞에 서봐야 하는 것 같다.
지중해의 햇살 아래서 맛본 과일과 음식도 잊을 수 없다.
그중에서도 단연 최고는 내가 좋아하는 황도 복숭아!
한입 베어 무는 순간
달콤한 과즙이 입안 가득 퍼졌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침이 살짝 고인다.
여행이란 결국
어디를 갔느냐보다
얼마나 마음껏 살아 보았느냐인지도 모르겠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낯선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걸어 보았고,
춤도 추었고,
멋도 부려 보았고,
새로운 음식도 실컷 먹었다.
무엇보다
‘나는 아직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확인했다.
이 모든 미션을 가능하게 도와주신
우리 러블리 가이드 선생님,
그리고 여행을 즐겁게 만들어 주신 모든 직원분들께 감사드린다.
마지막 날,
이번 여행을 다섯 글자로 표현해 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한 젊은 아빠가 말했다.
“새로운 다짐.”
그 말을 듣고 생각했다.
나도 다짐 하나쯤은 남겨야겠다.
5년 후,
지금과는 또 다른 세계에 있는 나를 만나자.
명랑하게.
발칙하게.
그리고 조금은 철없이.
할머니의 크루즈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