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할머니의 발칙한 크루즈 여행
나도 다짐 하나쯤은 남겨야겠다. 5년 후, 지금과는 또 다른 세계에 있는 나를 만나자. 명랑하게. 발칙하게. 그리고 조금은 철없이. 할머니의 크루즈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선정의 말 選定의 辯
세월을 돌아보는 글은 많지만, 세월에게 다음을 예고하는 글은 드뭅니다. 이 명랑한 다짐 앞에서는 나이가 숫자였습니다.


회원님들의 여행후기 가운데 오래 남을 글을 모십니다.
명문이 나타났을 때에만 이곳의 문이 열립니다.
나도 다짐 하나쯤은 남겨야겠다. 5년 후, 지금과는 또 다른 세계에 있는 나를 만나자. 명랑하게. 발칙하게. 그리고 조금은 철없이. 할머니의 크루즈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세월을 돌아보는 글은 많지만, 세월에게 다음을 예고하는 글은 드뭅니다. 이 명랑한 다짐 앞에서는 나이가 숫자였습니다.
이번 여행을 마치며 아내와 나는 굳이 말로 길게 약속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미 비슷한 결론에 이른 듯하다. “이제 매년 크루즈를 한 번쯤 선택해도 좋겠다.”
추억이 확신이 되는 데 열하루면 충분했습니다. 좋은 여행은 다음 여행의 이유가 됩니다.
2006년 9월에 서부 지중해를 다녀오고, 다음에는 동부지중해도 보러 오자 했는데 뭐가 그리 바빴는지 — 20년도 넘어, 원하던 동부 지중해를 다녀왔습니다.
이십 년 묵은 약속을 지키러 간 항해. “뭐가 그리 바빴는지”라는 일곱 글자에, 우리 모두의 세월이 들어 있습니다.
예쁘게 차려입고 크루즈에서 찍은 사진을 보니, 아! 정말 행복한 순간이었구나. 이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순간이구나 — 하는 생각이 들면서 눈물이 두 뺨을 적셨다. 내 눈시울이 붉어진 것을 보고 아내가 “또 가면 되지!”라고 한다.
여행기의 끝에서 아내의 한마디가 모든 것을 정리합니다. 눈물의 이유도, 다음 항해의 이유도 그 네 글자면 충분했습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며 우리는 왜 그리 급하고 서두르는 삶을 살아왔는지 모르겠다는 아쉬움을 갖습니다. (…) 이들의 삶의 템포가 정상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하는데 — 뭔가 세게 한 방 먹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행기가 아니라 성찰문입니다. 코발트빛 바다 위에서 이 글은 풍경이 아니라 자신의 살아온 속도를 바라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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